Sony A7C, 사고는 싶은데

Sony A7C에 대한 생각

일단, 카메라라는 물건이 굉장히 사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만져본 때가 10년도 더 전. 그 뒤로는 그냥 스마트폰 카메라로 적당히 되는 대로 찍었다. 그러다가 카메라에 관심이 좀 생겨서, 결과물의 노이즈가 심해서, 밤에는 잘 찍히지 않아서, 뭐 다양한 등등의 이유로 카메라를 알아보게 되었다. 고민하는 기종은 두 가지, ZV-E10과 이 모델, A7C로 압축했다. 사실 여유만 있다면 신형 칩셋 BIONZ XR을 사용하는 바디들이 더 마음에 드는데, 생각해 보면 그 가격을 주고 바디가 가진 기능들을 모두 쓰지는 않을 것 같아서 이 두 가지의 모델들로 정리하게 되었다.

 

A7C가 좋은 점은 A7 시리즈라는 점이 될 것 같다. ZV-E10(A6400과 거의 같음)과 비교했을 때의 차이점은 모두 APS-C 센서와 풀프레임 센서 간의 차이라고 해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둘의 차이는 거의 판형에서 비롯되는 것 같았다. 물론 소재나 다이얼 등 몇 가지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고는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렇게 많은 기능들을 쓰지 않을 것이고 소재 부분은 기존의 것이 없으니 차이가 그닥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아서 둘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니까 풀프레임의 얕은 심도, 더 뛰어난 고감도 성능, 뽀대같은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고나 할까. 아 뷰파인더도 달려 있다더라.

A7C의 특징

그렇다면, ZV-E10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풀프레임을 비교하면서 왜 A7M3가 아니라 A7C를 생각하고 있는지. 이건 A7M3와 A7C의 비교를 먼저 해 봐야 할 것 같다. 

마감과 디자인

A7C는 A7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검은색이 아닌 다른 색상의 모델이 나왔다고 들었다. 다행히도 때 잘 타는 순백색의 모델은 아니고 검은색 마감과 거의 똑같은데 다이얼을 포함한 상단이 은색으로 투톤 디자인을 가지는 형태였다. 이런 마감을 가지고 있다 보니 후지필름이나 빈티지 필름 카메라들처럼 뭔가 더 예뻐 보인다고 생각했다.

소니, ILCE-7CL

그리고, 미러리스(DSLR도) 하면 생각나는 툭 튀어나온 뷰파인더가 보이지 않는다. 소니에서 강조한 것처럼 이 모델은 A6000 시리즈의 크기와 무게에 최대한 비슷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뷰파인더가 왼쪽 끝에 가 있는 RF 스타일로 디자인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뷰파인더가 위에 있어야 더 보기가 좋다...고 하는데 나는 똑딱이를 써 봤어서 그런지 RF 스타일의 뷰파인더가 더 마음에 든다. 뷰파인더 화질이 너프당했다고도 하는데, 뭐 뷰파인더로 사진 감상하고 있을 건 아니니까 패스.

풀프레임 센서를 사용하는 미러리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일반적인 무게는 600-700g 정도라고 생각한다. 더 무거운 풀프레임 미러리스들은 널리고 널렸지만, 더 가벼운 풀프레임 미러리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A7C는 그런 희귀한 종이라고 볼 수 있다.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를 장착해도 무게가 겨우 509g. 가벼움 하나로 설계된 새로운 번들렌즈 SEL2860과 함께라면 다른 풀프레임 미러리스들이 바디만 600g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리저리 대고 찰칵 찍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조작부 버튼과 다이얼

소니, ILCE-7C

카메라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조작감이 불편해졌다, 손가락 파지가 어렵다, 혹은 커스텀 기능이 적다는 다양한 불만들이 있다고 안다. 하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커스텀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그렇게 커스텀을 많이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즈음에는 이미 커스텀 버튼이 더 많은 비교적 고급의 모델로 기변하지 않았을까. 다이얼 자체도 많아서 좋을 것은 없다. 왜냐하면 이것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많은 다이얼이 있어봤자 돌리고 있을 거는 모드 다이얼이랑 노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소니, ILCE-7M3K

다이얼이랑 버튼 몇 개가 빠지면 결국 더 가벼워지니까.

단자 설계

소니, ILCE-7CL

단자 커버가 더 튼튼해졌다고들 하는데, 사실 이전의 것이 약간 상식 이상의 물건이었던 것 같다. 단자 커버가 열릴 때 이런 모습으로 열리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뭐 더 튼튼해졌다니까 넘어가자. HDMI 단자가 마이크로 사이즈인 것은 아쉽지만, 이 작은 크기에 풀사이즈를 바라는 게 더 이상한 생각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SD카드 슬롯이 1개로 줄어 좋지 않다고들 하는데, 어차피 나는 여러 개 있었더라도 하나만 넣고 썼을 거라 이것도 패스. 그렇게 하고 나면 여러모로 훌륭한 구성의 단자를 제공하고 있다.

스위블 액정 탑재

소니 카메라들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틸트만 되는 후면 액정을 가지고 있었다. 틸트 액정이 편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스위블도 (한 번 접었다 펴는 과정이 필요하기는 하다지만) 틸트 액정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쓰지 않는 것이 아예 할 수 없는 것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소니 바디로 중고품을 찾아볼 때에도 가격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스위블 액정이 탑재된 기기를 마지노선으로 하고 있었다. A7S3 이후의 바디들이 스위블 액정을 탑재하고 있다. 소니에서 스위블이 되기 시작한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바디가 두번째라나. 어쨌든 스위블이 들어가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중에서는 가장 싼 바디가 되겠다.

소니, ILCE-7CL, ILCE-7M3K

총정리

소니가 한때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서 제품을 원활하게 생산하고 공급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는데, 아직까지도 그런 건지 A7C 재고가 항상 없다. 최근에 공홈에서 한번 재입고가 있었는데, 실버가 더 물량이 적은 건지 아니면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금세 매진되기 일쑤다. 다른 오픈마켓에서 살 수도 있는데, 소니 공홈보다도 재고 상태가 좋지 않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제품이 있어서 주문하면 보내주겠다는 곳을 보질 못했다.

 

200만원 정도의 예산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 바디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바디와 비교해도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걸 콩깍지가 씌었다고 하는 건가.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아서 소니스토어에 올라온 상품 사진을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 내 손에 쥔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