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2022.09.22 - ISO 400, f/1.8, 1/12s - LGE LM-Q920N(LG Q92)

밤은 하루 중에 가장 어두운 시간입니다. 가지런히 잠에 들으려는 이도 있고, 부스럭부스럭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도 있습니다.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윤동주, <별 헤는 밤> 중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한아름 걸린 은하수와, 점점이 이름 모를 별들과, 마치 먼 옛날에 살았다던 용사의 모습과, 인간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신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간은 멀게만 느껴졌던 별들을 아주 낮게, 얇게 한 겹 쌓아 두었습니다. 밤이 되면 이 땅 위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하늘의 별을 삼킵니다.

 

그 한 겹도 쌓이지 않은 곳을 찾아가면, 아직 하늘의 별들의 오케스트라를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무한한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저 멀리서 빛나는 별들만이 쏟아지는 순간인가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인간이 만든 아주 얇은 한 겹의 별은 칠흑같은 그림자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인가 봅니다. 원래는 존재하지 않았을 그 모양으로 어두운 환영이 춤추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밤은 가장 어두우면서 가장 밝은 시간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