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끝까지

2022.09.02 - ISO 50, f/1.8, 1/2200s - LGE LM-Q920N(LG Q92)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리 우주에서 생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곳은 이 행성이 끝입니다. 화성이나 유로파와 같이 생명이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는 장소는 태양계 내에도 꽤 많이 있지만 어쨌든 우리의 지식으로는 지구만이 확인된 보금자리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생물은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자신의 거주지를 만들어 생활합니다. 형태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다들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것이죠. 누구는 굴을 파고, 누구는 둥지를 짓고, 때로는 남의 집을 뺏기도 합니다.

 

생명을 가득 싣고 있는 이 거대한 우주선에서 집을 크고 높게 지으려는 생물들도 있습니다. 브라질의 한 흰개미 무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 영국보다 큰 집을 지었다고도 합니다.

Ancient termite megapolis as large as Britain found in Brazil | CNN

인간은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거주지를 마련하고 안정한 삶을 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종은 독특하게도 다양한 형태의 집을 마련해 왔죠.

 

바벨탑의 원형이라고 추측되는 바빌론의 에테멘앙키(𒆍𒀭𒊏𒆠, 하늘과 땅의 기초가 되는 집)나 이집트의 쿠푸 파라오의 묘라고 추측하는 기자 피라미드처럼 종교적인 의미의 거대하고 비효율적인 건물을 지으면서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집을 짓는 동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더 크고 높은 집을 지어 왔습니다. 짝을 찾는 간절한 움직임이기도 하였고,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장소이기도, 힘을 과시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방패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식물은 거주지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주어진 장소에서 더 좋은 환경을 점하기 위해 진화해 왔습니다. 그 결과로 빛을 많이 받아야 하는 식물은 더 높고 크게 자라고, 빛을 많이 받지 않아도 되는 식물들은 더 납작하게 진화했습니다. 각각의 종에 대해 생각해 보면 그것이 생존 확률을 가장 높이는 방법이었겠죠.

 

지적 능력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첫발을 내디딜 때 가장 먼저 보게 될 풍경은 수직 방향으로 솟아 있는 무언가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식물이든, 동물이 만든 구조물이든 간에요.

 

어찌 보면 지구에서는 하늘 끝까지 솟아오르려는 욕망이 들끓고 있는 건 아닐까요.